[여행의 향기] 새해의 희망과 기쁨을 담아… 기분 좋게 터지는 스파클링 와인

입력 2018-02-11 14:38  

나보영의 걸어서 와인 속으로 - 신년의 와인


설이 다가왔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떡국을 먹고 세배를 한다. 차례를 지내는 집에선 따뜻하게 데운 청주를 음복하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양력으로 신년을 맞이하니 특수한 문화권을 제외하고는 1월1일이 새해 첫날이다. 새해로 넘어가는 순간을 기리는 그들은 보통 12월31일에 모여 밤 12시까지 카운트 다운을 외치고 해가 바뀌는 순간에 축배를 든다.

서양의 신년 식탁엔 주로 와인이 오른다. 결정적인 순간을 빛내는 건 역시 기분 좋게 반짝이는 스파클링 와인이다. 투명한 금빛 물결과 부드럽게 터지는 거품이 희망을 상징하며 잔을 채운다. 이탈리아의 스푸만테(Spumante), 독일의 젝트(Sekt), 스페인의 카바(Cava) 등 생산 지역이나 방식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가장 유명한 건 역시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생산되는 샴페인(샹파뉴의 영어식 발음)이다. 여러 샴페인 중에 ‘볼랭저 라 그랑 아네(Bollinger La Grande Annee)’라는 것이 있다. 볼랭저는 영화 ‘007 시리즈’에 자주 등장해 일명 ‘제임스 본드 샴페인’이라고 불린다. 직접 방문해 포도밭을 둘러 보고 여러 샴페인을 시음한 적이 있는데 ‘라 그랑 아네’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영어로 ‘The Great Year’을 뜻하는 이 샴페인은 작황이 좋은 해에만 만들어진다. 프랑스에서는 연말연시에 좋은 해가 오기를 기원하며 함께 마시거나 선물하곤 한다.

무엇을 먹고 마시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건 역시 누구와 무엇을 하며 보내느냐 하는 것. 우리는 새해를 가족과 집에서 보내는 편이지만 서양에선 친구들과 밖에서 보내는 경우도 많다. 광장에서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소망을 빌기도 하고, 시계탑을 바라보며 초를 세다가 밤 12시가 되는 순간 키스를 나누기도 한다. 독일에서 보냈던 겨울이 떠오른다. 각 도시의 광장과 대로에 전구가 켜지고 대성당과 예배당과 수도원에선 음악회도 열린다. 웅장한 기둥들이 떠받친 높은 돔을 채우며 울리는 소리가 더없이 신성하게 다가온다. 간혹 와이너리의 지하저장고에서도 연주회가 열린다. 오크통 위에서 빛나는 촛불, 고요히 귀를 감싸는 선율, 부드러운 스파클링 와인이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스페인에서는 카운트다운을 하는 동안 열두 개의 포도알을 먹는다. 각각의 포도알이 열두 달의 행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밤 12시까지 초읽기를 하는 짧은 순간에 경주를 치르듯 집어 먹는 것이 일종의 재미이기도 하다. 스페인 여행 때 만났던 한 친구는 어릴 때 동생과 미리 연습까지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유쾌한 이벤트를 위해 요즘은 광장이나 바에서 포도알을 컵에 담거나 꼬챙이에 끼워 준비해 두기도 한다. 사람들은 친구들과 함께 모르는 이들과 군중을 이뤄 왁자지껄한 열기 속에서 포도를 넘긴다.

설에는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선물도 오간다. 종종 와인이 선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선물을 받았는데 막상 무얼 안주 삼아 먹으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이들이 간혹 있다. 명절 음식은 청주나 막걸리와 먹어야 제맛이겠지만, 명절이 지나도 전이 남아돈다면 바삭바삭하게 구워서 스파클링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보자. 레몬 향, 파인애플 향 등이 감도는 화이트 와인은 전의 기름기를 상쇄시키고 뒷맛을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여러 번 먹어서 물렸던 전도 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랄까.

글·사진 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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